늦은 밤 친구놈이 전화 와서 여기 전포시장에서 제일 유명한 맛집인 나들목 다찌집인데 빨리 오라네요. 이 맛집이 자리 구하기가 힘든데 운 좋게 잡았다고 진짜 맛있고 푸짐하다고 하여 전포동 택시 타고 바로 날아갔습니다 ㅋㅋㅋ
부산 전포동 전포놀이터 시장 다찌집인 나들목은 특이하게 예약이나 가게 전화번호가 없습니다. 알음알음 이모님 전번을 얻었거나 우연히 맛집을 찾아 들렸는데 자리가 있을 경우에 먹을 수 있습니다. 이모님의 신념이랄까요? 아직은 모르겠지만 좀 더 봅시다. ㅎㅎ
전포 은행약국으로 찍고 가시면 됩니다.
도착하니 친구둘이서 신나게 마시고 울고불고하고 있더라고요 ㅋㅋ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기본찬들은 평범하게 나오고 반찬은 대체적으로 어머니의 손맛이랄까요? 그 맛이 납니다. MSG 좀 덜 넣고 갖은양념들을 더 넣은 그런 맛입니다. 술안주로써 하나하나 다 맛있었습니다. 안주들이 맛있어서 분위기도 좋았고 술맛도 좋았습니다. 양도 푸짐했고 부족하면 계속 주시네요 ㅎㅎ
이모님께서 다찌집이 원래 시장에서 나오는 풍부한 식재료들을 푸짐하게 내는 게 전통적인 방식인데 요즘에는 일반식당 같은 양산형 다찌집들이 많이 생겨서 아쉽다고 하시네요 ㅠ 예전에는 안 그랬다고... 그런 전통을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이 디테일한 부분에서 진심으로 느껴져서 이모님이 다찌집을 운영하는 신념 같은 게 보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쉬운 점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술이 한잔 두 잔 넘어가고 저는 제 친구 한놈의 생일 내일이라 부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안좋은 일이 있어서 속상해서 불렀다고 하네요ㅠ 이놈들이 올 때부터 울고 있었던 이유가 있었네요 ㅠ
다들 울고 있으니 이모님께서 저희보다 더 오래 산 어른으로써 조언들이나 따뜻한 위로의 말들을 많이 해주셨는데 그 말이 무척이나 따뜻해서 서로에게 위로가 많이 되었습니다. 잘 이겨내실거라고 우리가 넘어지면 안되고 더 열심히 살아야 된다. 저도 듣다보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ㅠㅠ 진심이 느껴져서 3명이서 휴지잡고 펑펑 울었습니다. ㅠㅠㅠㅠㅠ
정말 오랜만에 펑펑 운 거 같아요. 특히 어릴 때 말고는 술먹고 운적이 없는데 오랜만이었습니다. ㅠㅠ
그런생각이 나더라고요. 이렇게 술 먹고 맘 놓고 펑펑 울 수 있는 술집이 요즘에 얼마나 될까요. 그런 울음을 받아주는 술집이 이제는 정말 찾기 힘들잖아요 ? 나들목이라는 다찌집이 그런 곳이 되고 그곳에 계시는 이모님이 이런 아픔을 감싸주고 위로해 주시더라고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따스함을 느꼈습니다. 어른으로써 젊은 청춘들에게 많이 힘들지 ? 힘 내보자. 하는 마음의 위로요.
술도 많이 먹고 흥도 나고 눈물도 나고 즐겁게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남자가 들어옵니다. ? 뭔가 분주했어요 ㅋㅋ 마감인가 싶었습니다. 이모님이랑 얘기하시길래 이제 자리 끝내자 ~ 싶었는데
이모님이 콧물 질질 흘리는 친구놈을 위해서 아까 제가 흘렸던 말들을 기억하시고 내일인 생일을 위해서 밤12시에 케익과 와인을 준비해주셨습니다...ㅠㅠㅠ 정말 감동이죠 ?
마 ! 이런 날 그냥 넘어가면 안된다. 가서 젤 좋은 잔 가지고 온다! 하더니 ㅋㅋ 황금잔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와인 맛 나겠네요. 어찌 생일인 친구놈보다 더 신나보이는건 이모님인 것 같기도 하네요 ? ㅋㅋㅋ
오른쪽에 주먹보세요 ㅋㅋ 친구놈은 주먹 꽉 쥐고 질질 짜고 있는 중입니다.
아실 분들은 아실겁니다. 손님에게 음료수 서비스하나 내주는것도 고민하는 것이 맛집 사장님이라는 것을요. 근데 3만원짜리 케익에 2만원짜리 와인을 서비스로 밤12시에 구해서 준다는게 정말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정말요. 단골손님도 아니고 저희는 진짜로 이때 처음 간 거거든요. 저도 수많은 맛집들을 다니고 사장님 인터뷰도 많이 해봤지만 이런 분은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그 순간 느껴졌습니다. 아 현자가 부산 전포동 여기에 계시는구나. 고객을 위하는 마음이 백두산을 뚫을 정도였습니다. 거의 에베레스트 쌈 싸 먹을 정도였습니다. 진짜 그 이모님의 고집과 신념에 고객으로써 뽕 빠져 넉다운이 되어버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마음이 오랜만에 다시 글을 쓰게 만든 이유기도 합니다. 날씨가 정말 춥네요. 감기조심하시고 다들 힘내시길 바랍니다.
'서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산 라멘의 Top급 인지도, 서면 라멘 우마이도 (0) | 2017.04.29 |
---|